동부민중해방혁명군

특집 : 이달의 혁명 동지

어쩌면 이번에 소개할 동지는 지금까지 이 지면에서 소개한 혁명 투사 중에서 가장 이 지면과 어울리지 않는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혁명 동지들 다수가 이 동지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에, 본인의 노고와 헌신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혁명 투사를 찾아내 노력을 널리 알린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조금 거리가 멀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동지의 초인적인 업적에 비해서 혁명군에 가담하여 투사로 활동한 기간이 짧고 혁명군 내에서도 비밀로 다뤄지는 임무를 많이 맡았기에, 정작 동지의 이름을 들어보았으나 그 이상의 것들은 듣지 못한 동지, 심지어 아직 동지의 이름을 들어볼 기회조차 없었던 동지들도 제법 많이 있으리라 생각했으며, 따라서 이번 달 지면을 이 혁명 투사에게 할애하기로 편집부는 결정했다.

루드베키아 포슬레인 벨머Rudbeckia Porcelain Bellmer, 공식적으로 혁명군에서 활동한 지는 채 1년도 되지 않은 “신참” 동지다. 혁명 전투의 선봉에 서는 대다수 남성 동지의 어깨 정도밖에 오지 않는 키에 나이도 채 스물이 되지 않은, 전장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존재다. 하지만 벨머 동지와 같이 전선에 선 이들의 말에 따르자면, 그 어떤 혁명 동지와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비장하게 전투에 임하며 적들에게는 자비 없이 냉혹하다고 한다.

특히 벨머 동지의 진가는 격렬한 전투 속에서 빛을 발하는데, 마치 총을 쏘는 것이 아니라 총탄을 직접 다스리는 듯한 사격술, 마치 총탄이 자신을 피해가기라도 하는 듯 적진을 자유로이 누비며 적을 유린하는 전투 능력, 차라리 마법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놀라운 경지의 수마술 덕택에 여러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수많은 혁명 동지의 소중한 목숨을 구했다. 두 팔로 사용하기에도 힘든, 혁명군의 애증 서린 소총 모신-마이스를 짧게 단축해서, 그것도 한 손으로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것은 앞에 열거한 것들에 비하면 그저 작은 기행에 지나지 않는다.

벨머 동지가 어떻게 이런 초인적인 능력을 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고, 본인 역시 이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우리가 알 수 있는 점은 그녀가 한때 서쪽 국가사회주의 제국의 앞잡이였다는 사실 뿐이다. 아마도 벨머 동지는 그 저열한 민중 탄압자들 아래에서 우리는 상상할 수조차 없이 고된 훈련을 겪고 인간 병기로 키워진 것이라고만 어설프게 추측해볼 따름이다. 벨머 동지가 혁명군에 가담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제국에서 벌어지는 만행에 대한 해답이 여기 있을지도 몰라서” 라고 대답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아마도 혁명 투사 동지들의 대부분은 벨머 동지처럼 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벨머 동지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벨머 동지에게 어떤 것을 가르쳤는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어쩌면 제국의 충실한 앞잡이로 남아 언젠가 그 초인적인 능력으로 우리의 혁명 투사들을 유린했을지도 모르는 벨머 동지가 눈을 뜨고 혁명 정신에 동참하게 된 것은, 결국 우리의 올곧고 굳건한 혁명 정신과 이념 무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냉철한 정신과 뜨거운 가슴은 당장 총알 한 방을 대신 쏴 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있었기에 제국은 아주 중요한 전력을 잃었고, 우리가 바로 그 전력을 얻었다. 이것은 총탄으로도 전차로도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우리의 이념을 굳건히 하는 것이야말로 이 길고 긴 투쟁에 진정한 승리를 가져다줄 수 있음을, 민중이 비로소 참되게 해방되는 길임을 단 하루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